꒰ღ˘‿˘ற꒱ Sam Lubicz & Sinae Yoo’s new series of digital collages titled “Bonsai Muscles” coming up on 7th June 2023 ꒰ღ˘‿˘ற꒱

읽기 연습 시리즈 (Reading Practice series)

Joohee Jeong, 2016-still cut, HD vdieo and sound. Duration 37:06 min

December 24 – January 2, 2023

Joohee Jeong

Joohee Jeong, 읽기 연습 시리즈 (Reading Practice series), 2016-still cut, HD vdieo and sound. Duration 37:06 min

억압의 굴레에서 존재를 연습하는 법

임다운(디렉터, 기고자 KIGOJA) / Alba Dawoon Lim (Director, KIGOJA: Independent Arts Space Initiative)

나체의 젊은 여성이 양손으로 종이를 들고 쓰인 글을 읽어내려 간다. 아무런 예고 없이 회초리가 종아리를 내려친다. 종아리에는 회초리 자국이 부어올라 멍이 든다. 등장 인물은 회초리가 내려 칠 때의 찰나의 비명을 뒤로 하고 읽기를 이어나간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동일한 여성이 머리 위에 책을 쌓아 올린 채 글을 읽고 있다. 책들이 쏟아져 떨어지면 이를 다시 주워 올려 머리에 쌓고 글을 읽는 것을 반복한다. 정주희의 <읽기 연습> 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작가는 주로 뉴스 이미지를 선별해 콜라주하거나, 포푸리 혹은 여행을 가기 위해 싼 짐을 화면에 확대해 꽉 채우는 등의 구상회화를 해왔으나, 2015년 이후 <읽기 연습>시리즈를 통해 처음으로 영상 작업을 선보였다. 개인들이 접하는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을 때는 그 대상이 되는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회화를 선택했지만, 이러한 설명적 이미지 없이, 작가 본인이 경험한 사회와 그것이 어떻게 개인에게 작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한 매체로는 영상을 택한 것이다.

따라서 기존 회화 작업에 비해 본 영상 시리즈는 상대적으로 화면에 등장하는 요소나 배경 등의 시각적 도상이 많이 제거된 채 제시된다. 이는 등장하는 음성의 떨림과 같은 인물의 심리상태나 감정 혹은 행위 자체에 더욱 집중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오는데, 이 중 가장 특징적인 것은 인물이 읽고 있는 텍스트일 것이다(작품의 제목에 직접 연관된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읽기라는 발화 행위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 텍스트들은 직관적인 사고나 생각과는 다르다. 손해를 계산하지 않고, 아무런 검열 과정을 거치지 않고 말을 내뱉는다는 것이 사회에서 관계망을 맺으며 사는 인 간의 입장에서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한 생각이 본 시리즈의 근간이 되었다. <읽기연습 1>에서 머 리에 책을 얹고 읽는 것은 작가가 어떠한 교정 없이 직관적으로 직접 써내려 간 텍스트로, 내면의 중얼거림을 배설하는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회초리를 맞는 <읽기연습 2>의 텍스트는 사고 진 술서와 은퇴서, 신문 기사에서 흥미롭다 생각되는 부분들을 발췌해 무작위로 섞었다. 때문에 관객 은 순간순간 단어들을 인지할 수는 있으나, 이를 통한 전체적인 맥락의 파악은 불가능하다. 이 텍 스트들은 각각 사적 발화와 공적 발화를 위한 것이라는 차이점은 있지만, 사회에서 관계 맺기 위 한 도구인 동시에 발화하는 화자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끔 작용하는, 즉 한 개인을 정의하는 수단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반면 등장 인물의 행위는 일상적 폭력에 대한 증언이며 등장하는 도구들은 이에 대한 가시적 메타포이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작가 자신이다. 개인의 특정한 요구와 취향을 반영해 선택되는 공적/사회적 기호로써 신체를 감싸는 의복을 포기한 작가의 노출은 관념적 규정과 이데올로기로 왜곡되기 이전의 존재의 출발점으로서 관계 내에서 고립된 원자적 개인을 나타내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결정할 수 있는 완전한 자율성을 가진 고립된 개인은 사회 에서 존재할 수 없다. 타인과의 관계 내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규범을 학습하는 사회화가 언제나 동반된다. 예를 들어 <읽기연습 1>에서 머리에 얹고 있는 책들은 소유하고 있는 인물의 취향을 규정하는 동시에, 사회라는 집단에 속하기 위한 끊임없는 학습의 과정을 가시화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회초리 역시 규범을 벗어난 개인의 책임을 묻는 대표적 처벌 도구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익숙한 소재일 것이다. 작가는 회초리질의 간격을 10초로 일정하게 정해놓았는데, 이 는 규범이나 억압의 구조가 특정 상황에서만 발현하는 것이 아니라 매순간 언제나 규칙적으로 모두에게 작용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다만 유의할 것은, 이것이 이러한 억압적인 사회구조를 전복하거나 개인적으로 해소하고자 시작된 작업이라기보다는, 작가 본인의 시각에서 목격할 수 있었던 사회의 ‘굴레’를 드러내고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읽기 연습>에서 머리에 굳이 책을 올린 상태를 유지한다거나 남이 때리는 회초리를 맞는 상황 등은 결코 틀리게 읽은 것에 대한 처벌이 아니다. 그것은 억압의 정도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의식조차 하기 어려운 일상의 폭력을 의미한 다. 이는 또한 충분히 피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피하지 않고 그 억압의 굴레에 속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안정감과 소속감을 제공하는 양가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등장 인물이 지속적인 억압이 반복되어 고통스러운 와중에서도 ‘읽는 행위’를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것 자체를 연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읽기 연습> 시리즈와 더불어 최근에 작가는 거울 혹은 유리의 면에 세필로 균일한 사이즈의 흰 색 점을 반복적으로 찍어 그리드를 만들어나가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억압에서 탈피하고 싶으면 서도 굳이 행과 열을 맞추어 가며 일정하게 점을 찍고자 집중하는 행위는 앞서 언급한 양가적 습성을 공유하는 동시에, 너무나 당연하게도, 거울과 유리에 반사되는 스스로를 마주하고자 하는 집요함의 표출이기도 하다. 이는 반복되는 억압의 굴레에서도 ‘나’를 잃지 않기 위함이다. 작가가 대하는 삶의 인식은 점들이 모여 이루어낸 그리드의 시각적 질서로 향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내면화되고, 이는 같은 면을 마주하고 본인의 얼굴을 비추어 보게 될 관객에게 전달된다. <읽기 연습>이나 거울 작업과 같이 이러한 집요한 과정들은 그것을 기록한 영상이나 평면 작업의 형식으로 결과물이 제시되고 있으나, 궁극적으로 이는 개인이 사회적 삶에서 스스로 결론지을 수조차 없이 지속적으로 진행해야만 하는 수행적 퍼포먼스로 선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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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의 안과 밖에서

이문정(미술평론가, 연구소 리포에틱 대표)

(….)작가는 <읽기 연습>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에서 머리 위에 위태롭게 책을 올려놓거나 회초리를 맞으며, 혹은 철봉에 매달린 채로 텍스트를 소리 내어 읽는다. 술을 마시면서 성경을,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 복장으로 단상 위에 올라 주례사를 낭독하기도 한다. 논리적으로 정돈된 텍스트뿐 아니라 의미가 뒤섞인 모호한 텍스트도 읽기의 대상이 된다. 자신의 몸 전부를 드러낸 것은 아니지만 나체 상태임을 예상할 수 있는 여성 작가가 다양한 제약 속에서 텍스트를 읽어내려가는 퍼포먼스는 그녀의 시선이 여성의 이야기를 향한다고 느끼게 한다. 그러나 작가는 여성만의 이야기를 생성하길 원하지 않는다. 작가는 여성이기 이전에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개인으로서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작품에 담아낸다. 때로는 덤덤하고 때로는 격정적인 정주희의 작업은 여성의 이야기인 동시에 인간의 이야기이다.

작가가 탈의를 선택한 것도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로 퍼포먼스에 임하기 위해서이다. 의복은 취향, 직업, 경제력과 같은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정체성을 전달하는 기호인 동시에 사회화된 인간을 은유하는 상징이다. 따라서 공적인 장소에서 작가가 자신의 육체를 드러내는 것은 사회적 규범의 위반이자 사회적 틀을 벗어나려는 도전이다. 이분법적인 단절이 약화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몸은 정신보다 저급한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몸을 드러내는 행위는 그 자체로 타자의 복원이며 금기의 침범이다. 한편 낭독 역시 <읽기 연습> 시리즈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인간은 언어의 세계에 들어감으로써 사회화된다. 언어 속에는 규범이 담겨 있다. 언어가 규범을 강화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언어로 구성된 텍스트를 소리 내어 읽기 위해서는 몸이 필요하다. 사실 몸은 그 자체로 존재할 때조차 생물학적인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개인 정체성의 바탕이다. 주체의 정신적 활동 역시 몸이 있어야 가능하다. 몸은 사회 안에 존재하고 인간 사회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들의 영향 아래에 놓인다. 엘리자베스 그로츠(Elizabeth Grosz)가 말했듯 몸과 정신(마음)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규범적 인간상을 따라야 하는 현실을 향한 저항은 쉽지 않다. 공동의 약속이라 믿어지는 규칙들이 지배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이상 주체는 크고 작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놓일 수밖 에 없다. 그러고 보니 <읽기 연습 no. 6>에 등장하는 작가는 사각의 프레임(frame)을 벗어나지 않는다. 처음부터 완벽한 자유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규범이 지배하는 사회 밖으로 완전히 나가서도 안 된다. 완벽한 이탈, 해체와 전복은 저항의 의미를 소멸시킨다. 작가를 포함한 우리는 모순 처럼 느껴지는 이중적인 상황에 직면한다. 그렇다고 불가항력에 그냥 순응할 수는 없다.

정주희는 자신의 저항적 에너지를 표출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허무한 저항으로 머무르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신이 던졌던 200여 장의 휴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자신의 발 옆에 쌓였던 휴지를 다시 주워 검정 물감을 흠뻑 묻힌 후 벽에 걸린 거대한 천을 향해 던지기 시작했다. <짓(movement)> 시리즈의 시작이다. (….)

In and out of the frame

Moonjung Lee(art critic, representative of lab Repoetic)

(….)The artist puts books on her head precariously, gets the cane, or reads a text aloud while hanging down from the horizontal bar in works in the series of <Reading practice>. She recites a Bible while drinking or officiant’s message on the stage dressed as a bride. Not only texts that are logically organized but also those with mixed meanings and vagueness are objects of reading. Although she did not reveal all of her body, but a performance that a woman whose nakedness is expected reads texts in various constraints make us feel that she is looking at stories of women. However, the artist does not want to produce stories only of women. She puts what she experienced as a person living as

a social member rather than a woman into her works. Sometimes calm, and sometimes passionate, her work is a story of a human as well as woman.

The reason why the artist chose to take her clothes off was to do the performance in the most natural state. Clothes is a symbol that shows personal and social identity such as preference, occupation, and economic power, and at the same time a symbol for metaphor of socialized human. Therefore, revealing body itself is the restoration of others and breaking of taboo. Reciting also plays an important role in the series of <Reading practice>. Humans are socialized as they enter the world of language. There are norms in language. Sometimes language reinforces the norm. However, a body is needed to recite a text composed of language. Actually, a body does not exist in biological area even when it exists as itself. It is the background of personal identity. We also need a body for spiritual activity. A body exists in society and it is influenced by ideologies that dominate human society. Just like Elizabeth Grosz said, our mind and body is connected like Möbius strip.

However, resistance to the reality that needs to follow normative human character is not easy. One must be under various irresistible circumstances as

it lives in a society that is dominated by rules believed to be common promise. Come to think of it, the artist in <Reading practice no. 6> does not get away from a square frame. It’s because perfect freedom was impossible at the first place. We should not get away completely from the society ruled by norms. Complete breakaway, dissolution and subversion kills the meaning of resistance. We, including the artist, face twofold circumstance that seems like a contradiction. But we just cannot comply to this irresistible power.

Juhee Jung does not give up expressing her resistant energy. It’s because she does not want to stay as an empty resistance. She picks the tissues stacked by her feet that failed their goals up again, soak them completely into black paints, and started throwing them toward a huge cloth hanging on the wall. It’s the beginning of the series of <Movement>. (….)

Joohee Jeong, 읽기 연습 1(Reading Practice 1), 2016-still cut, HD vdieo and sound. Duration 4:28 min
Joohee Jeong, 읽기 연습 1(Reading Practice 1), 2016-still cut, HD vdieo and sound. Duration 9:31 min
Joohee Jeong, 읽기 연습 6(Reading Practice 6), 2016-still cut, HD vdieo and sound. Duration 37:06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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